Fractal usuality

대한민국에서 직장인(salary man)으로 산다는것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지극히 고통스럽다. (조용한 퇴사) 본문

문득

대한민국에서 직장인(salary man)으로 산다는것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지극히 고통스럽다. (조용한 퇴사)

웃기 2024. 1. 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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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오늘이 며칠이었더라..?
시간이 나도 모르게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것 만 같아.

불교에서 말하는 팔고(八苦)중 구부득고(求不得苦)가 있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데 얻지 못해서 고통속에 처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 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는데 어른이 되지 못한 청소년은 괴롭고 방황한다.
  • 수능을 치고 대학에 진학한 갓 스무살 청년은 지긋지긋한 고3이 끝나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구나! 라고 기대했던 것과 다른 대학생활에 괴로워한다.
  •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직장을 갖지 못하는 취업준비생은 세상이 불공평하고 나에게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괴롭다.
  • 그리고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은..매일매일 반복되는 날들이 반갑지 않고 단 하루라도 평온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을 바라며 괴롭다.

나 또한 무직생활이 길어졌을 때에 자존감 하락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았었다.

별로 도움은 되지 않지만 당장의 불행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에, 내 자신을 탓하기는 싫었던 것 같다.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에 열중했고, 사람을 만나고, 눈을 돌리게 되면서 단기 일자리를 통해 다른 일자리까지 얻게 되었다.

기존에 일했던 경력과 전혀 다른 업계이지만, 사람이 못할일을 시키진 않을 거라 생각했고, 

생각보다 좋게 보는 분들이 있어 조건도 맞았다.

 

이름대면 모두가 아는 유명한 건물에서 일하게 되어 기뻤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만족감이 지속된건 단 3일이었다.

뷰가 좋다고 하지만 뷰를 줄 시간 따위 주지 않는다.

공용공간에서 쉬고 있다가는 가십거리가 되기 십상이다.(못보던 앤데.. 맨날 거기서 쉬고있던데?)

사람이 부족한 것 같은데 퇴사자는 많고, 그로인해 일이 돌고 돈다.

감정이 태도로 나타나는 사람들을 만나 멘탈이 털렸다.

업계 특성상 누군가에게 항상 '을'의 입장인데, 그 '을'을 보조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더욱 저자세로 일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한 몫한다.

 

사람의 마음은 어찌나 간사한지.

당장 일하게만 해주면 열심히하겠다고 다짐하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상은 더 시련을 주는 것 같았다.

매일 지옥철에 몸을 싣는 내 모습을 보며 현타가 왔고,

회사에 출근하기 싫어 다음날 아침이 밝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지옥같은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다른 일자리나 분야로 눈을 돌려도, 20대 때처럼 섣불리 도망치지 못한다.

이젠 나를 남편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책임감도 늘었기 때문이리라.

 

불교는 이야기한다. 깨닳음과 지혜는 천천히 누적해서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 깨닫게 되고 한 순간 생겨버리는 것이라고.

지혜를 가지게 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 만 같다.

 

내 마음을 180도 돌리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시선을 바꾸고, 잘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 대해 정의내리고 판단짓는 습관을 바꾸고,

일이 주어짐에 감사하고, 오늘도 일할 수 있는 몸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고, 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보시하고 살아야지.

라고 마음을 먹어도

 

아 또 내가 바뀌어야 하는구나, 내 잘못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허무에 빠진다.

(일단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은 남겨주고 일을 시켜야 할 것 아닌가..여기서 1년동안 일하면서 응급실을 두번이나 갔다..)

 

이겨내야지, 버텨야지

지긋지긋한 말들.

그런 날들은 일시적이고 지나가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될거야.

 

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미래가 있을거라는 헛된 희망을 꾸는걸까..?

눈뜨는 것이 즐겁고 기대되는 날이 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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